과거에 외도를 한 배우자는 유책배우자여서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없을까

유책배우자가 이혼소송을 제기하면 보통 기각된다고 알고 있으실텐데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리고 유책사유 중 대표적인 것은 외도나 불륜을 저지른 것입니다. 법률용어로는 부정한 행위라고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오늘은 외도를 했던 유책배우자가 이혼소송의 원고였지만 받아들여진 사안을 소개합니다. 

 

1. 유책배우자의 뜻 

 

유책배우자란, 외도 등으로 결혼생활을 파탄에 이르게 원인을 제공한 부부 중 일방을 뜻합니다. 

유책배우자-이혼소송

 

 

 

 

[유책주의]

 

우리 대법원은 기본적으로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가 이혼청구를 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며, 이를 '유책주의'라고 합니다.  

 

• 한편, '파탄주의'라는 말은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객관적 사정만 있다면 이혼을 허용해야 하기 때문에 유책배우자도 이혼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대법원도 유책주의만을 고수한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즉, 최근 대법원 판례에서는 '한쪽이 이혼소송을 제기했다가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패소했더라도 별거가 길어져 고착화되었음은 물론 관계회복 가능성이 없다면 그 유책성이 희석'되는 것으로 보아 유책주의에 기반하면서도 파탄주의를 가미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다음에서 소개하는 하급심판례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과거에 외도를 한 배우자의 이혼청구 사안 

 

[사실관계]

 

• 원고와 피고는 1992. 5. 1.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로서, 성년 자녀 두 명(1993년생 아들, 1996년생 딸)을 두고 있다. 원고는 가사를 담당하면서 빵집이나 마트 종업원 등 소득활동을 한 바 있고, 피고는 경찰공무원으로 재직하여 왔다.
• 원고는 2003년경 빵집에 근무하면서 사장인 소외 3을 알게 되었는데, 약 8년 동안 소외 3과 성관계를 가지거나 소외 3에게 원고의 알몸사진을 찍어 보내는 등의 일이 있었다. 원고가 빵집을 그만두자, 소외 3이 원고의 집을 찾아와 만남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 원고는 소외 3과 사이의 문제 등으로 2012. 8. 22.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하여 2012. 10.경까지 ○○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원고는 피고와 다툼 등으로 2014. 7. 22. 손목을 그어 2014. 9.경까지 위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2017. 1. 9. 손목을 그어 2017. 1. 23.까지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 원고는 2018. 8. 9. 새벽 2시경 집 근처에서 어떤 남자와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아들이 이 모습을 목격하고 원고와 그 남자의 모습을 촬영하였다. 원고는 ‘그 남자가 누구인지’를 묻는 아들에게 ‘원고가 영업하는 □□□ 고객’이라고 말하였다.
• 원고는 2018. 8. 9. 저녁에 아들에게 ‘아빠에게 엄마 얘기 할 거니’라고 묻고, 이에 아들이 ‘할 거야. 이게 몇 번째야. 난 더 못 보겠어.’라고 답하자, ‘그럼 내가 나가고 말지. 어쩌겠어. 내가 나간다. 내가 뭘 잘못해서 몇 번째라는 거니.’라고 다시 답하는 등 메시지를 서로 주고받았다.
• 그 후 아들은 피고에게 새벽에 촬영한 사진들 및 원고와의 대화내용 등을 메시지로 보냈다. 원고는 2018. 8. 9. 밤에 피고와 다툰 후 집을 나갔고, 2018. 10. 19.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안에서 2심 법원은 1심 판결을 변경하여, 원고의 이혼청구를 기각하였고 소송비용도 원고가 부담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에 원고는 대법원에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주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 원고가 과거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맺어 혼인관계가 파탄상황에 이르렀으나 남편이 이를 받아들였고 그 이후에는 다른 부정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과거의 부정행위가 현재 혼인관계 파탄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없는 점,
• 현재의 혼인관계가 정상적이지 못한 원인에는 남편의 아내에 대한 불신과 비난태도 역시 한몫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원심이 유책배우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흔히 유책배우자는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알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사실 법원은 이전에도 이 문제에 대해 유연한 입장이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하는 문제이지, 이론과 논리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라고 보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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