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손쉽게 정보를 전달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됨으로써, 피해자의 명예와 인격을 침해하는 명예훼손의 빈도가 과거에 비해 잦아졌습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명예훼손 사건은 3만 6,000건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는데, 여기서는 특히 명예훼손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 3가지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명예훼손 성립요건 3가지
명예훼손죄는 사람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외부적인 평가를 깎아내리는 행위인데, 공연히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거나 혹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하는 것입니다.
◻︎ 공연성
판례는 공연성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로 이해합니다.
즉, 공연히 또는 공공연하게라는 것은 '세상에서 다 알 만큼 떳떳하게' 혹은 '숨김이나 거리낌 없이 그대로 드러나게'라는 뜻입니다.
판례는 공연성을 전파가능성이라는 이론을 토대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예를들면,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을 인정합니다.
다만, 전파가능성 법리를 제한 없이 적용할 경우 공연성 요건이 무의미하게 되고 처벌이 확대되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하여 전파가능성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유형화하였습니다.
구체적인 판단기준
❖ 공연성 존부는 발언자와 상대방 또는 피해자 간의 관계나 지위, 대화경위 상황, 적시내용, 방법과 장소 등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결정
❖ 발언 이후 실제 전파되었는지와 같은 우연한 요소는 소극적으로만 고려
❖ 상대방이 발언자나 피해자의 배우자, 친척, 친구 등 사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면 공연성 부정
⇢ 결국, 막연히 전파가능성만으로 공연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고도의 가능성 내지 개연성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검사의 엄격한 증명을 요함
◻︎ 특정성
다른 사람의 인격에 대한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구체적으로 침해될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요건입니다. 즉, 피해자가 특정되었는지와 관련된 요건입니다.
형법 307조에는 공연히라는 문구는 있지만 특정성이라는 용어는 없습니다. 하지만, 특정성 요건은 '적시'라는 단어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는데 적시라는 것은 어떤 사실을 외부에 드러내어 표시하거나 보인다는 것이니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 결국, 해당 적시가 누구누구의 명예를 훼손한 것인지가 명확해야만 명예훼손이 성립하게 됩니다.
특정성 요건은 특히 인터넷과 SNS 등과 같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명예를 훼손하는 사례에서 문제 됩니다. 인터넷 세상에서는 닉네임이 주로 사용되거나 익명으로도 활동이 가능한데, 구체적인 경우에 과연 누구의 명예를 훼손한 것인지가 다투어진다는 것입니다.
❖ 피해자의 실명이 아닌 이니셜 또는 닉네임을 사용하여 명예훼손적인 발언이나 욕설을 한 경우 특정성 요건 검토 필요
❖ 다만, 피해자 실명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표현과 주위사정을 종합하여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다면 특정성 요건 충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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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의성
다른 사람의 사회적인 평가에 흠집을 낼 의도를 가지고 고의적으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이는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의도를 가지거나 그렇나 결과가 발생할 것을 인식한 상태여야 합니다.
⇢ 결국, 상대방에 의한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없다면 명예훼손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움
명예훼손 판례 모음
1. 명예훼손의 고의가 있었는지가 쟁점이었던 사안
❍ 피고인은 미용실 체임점의 지점 원장이었고, 피해자는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였는데,
❍ 2017년 경 피고인은 위 주식회사의 경리팀 차장에게 전화로 원장을 지칭하며 '본사에서 우리에게 사치 쳐먹었다. 처먹은 거 이제는 뭐 지분율 같은 걸로 해서 한다고 하거든 그냥 지분율 없게 해달라고 하니까 알았다고 해놓고서 지금 딴말하고 있다.'라고 하였는데,
❍ 법원은, 피고인은 피해자와 위 주식회사와의 분쟁 이후 민사소송과 형사고소 등을 준비하던 중에 평소 알고 있던 차장과 이 사건 통화를 하게 된 것이고, 당시 통화내용은 이런 맥락에서 회사 내부에 들리는 이야기를 확인하고자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명예훼손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음
2. 명예훼손의 공연성이 있었는지가 쟁점이었던 사안
❍ 피고인은 총 4차례에 걸쳐 피해자가 근무하는 직장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피해자를 비방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였는데,
❍ 2014. 5월 자 글은 누구라도 열람이 가능한 형태의 공개글로 작성되었고(이후 비공개글로 전환), 나머지 글들은 일반인은 열람이 불가능하지만 홈페이지 관련자들은 열람이 가능한 형태였는데,
❍ 법원은, 전파가능성이 인정된다고 보아 벌금 150만원 선고
명예훼손 처벌수위
각 법령에 규정된 명예훼손 형량과 벌금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단순 사실적시 명예훼손 →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 상관 사실적시 명예훼손/거짓사실 적시 명예훼손 →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 비방할 목적으로 출판물 등에 의한 허위사실 명예훼손 →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
✓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거짓 사실로 명예훼손 →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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